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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구제역 방지 책임’을 축산농가에 떠넘기려 하는가

등록 2010-12-28 20:34

농림수산식품부가 내년 업무보고에서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축산업 허가제 도입, 축사 출입자에 대한 소독과 기록 의무화, 외국인 근로자의 신고·교육·소독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외국여행 뒤 입국신고나 소독을 안 한 축산농가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질병 발생 원인 제공 때는 농장 폐쇄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가축전염병에 대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축산업 전반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축산농가의 책임만 부각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신고와 소독을 제대로 안 하면 보상금을 삭감하고, 벌금을 매기고, 실형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식의 처벌 강화만으로 구제역 방역체계가 제대로 가동될지 의문이다.

가축전염병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농가 이상으로 정부의 구실이 중요하다. 출입국 관리, 초기 진단, 감염 원인 파악, 확산경로 차단 등이 그런 것들이다. 무엇보다 출입국 관리를 본인 신고에 의존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도 마찬가지다. 입국 때 소독 및 격리 기간 5일을 준수하도록 했지만 본인의 의무로만 맡겨놓을 사안이 아니다. 초기 진단능력 강화도 정부의 몫이다. 현재 구제역 진단이 가능한 곳은 경기 안양 수의과학검역원 한곳뿐이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에 대한 진단이 몇 시간 안에 가능하도록 관련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구제역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농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료차, 분뇨차, 가축운반차량, 가축거래상 등 출입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제역 차단의 기본 골격은 어디까지나 정부 방역시스템이 돼야 한다. 감염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농민에게 먼저 책임을 물으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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