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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결국 ‘조중동 종편’, 너무 뻔뻔스럽지 않은가

등록 2010-12-31 17:57수정 2011-12-01 11:54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어제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개 친정부 보수신문과 <매일경제>를 선정했다. 보도전문채널은 <연합뉴스>에 돌아갔다. 대부분 예상됐던 결과다. 신문 시장을 장악하고 극우·보수 편향의 여론을 쏟아내는 세 매체를 모두 배려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인다. 방송 수요 등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정치적 이익만 챙기는 무책임하고 뻔뻔한 결정이다.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이 우리 사회와 언론환경에 끼칠 악영향은 심각하다. 우선 매체 간 치열한 생존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방송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특히 보수신문들은 방송의 상업화·보수화의 첨병 구실을 할 게 뻔하다. 신문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보수 편향의 여론을 확대재생산해온 이들이 방송에서라고 다른 모습을 보일 리 없다. 지상파 방송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방송들은 매체 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벼랑 끝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이는 그렇잖아도 심각한 방송의 상업화를 빠르게 진전시키게 된다. 광고 수주에 사활을 거는 방송이 정부와 기업을 직간접으로 의식할 것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4개 종편을 먹여살리기 위한 특혜도 익히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년 내내 종편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특혜를 몰아줄 궁리를 해왔다. 그 결과는 얼마 전 발표한 방통위의 올해 업무계획에 집약돼 있다. 방통위는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 방송광고 금지 품목을 줄이는 등 논란이 많은 광고 촉진 방안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을 모조리 시행하더라도 종편들이 만족할 먹이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보수신문들이 황금 채널 배정 등 온갖 추가 지원책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라 걱정하는 목소리는 벌써부터 높았다. 신문과 종편 광고 끼워팔기 등 과열 광고영업으로 기업들의 부담 또한 늘어날 것이다.

종편들의 방송시장 교란은 특히 지역 방송이나 군소 케이블방송채널 같은 매체들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안 그래도 심한 서울 집중 현상이 더 두드러지면서 지역 밀착형 방송 매체는 설 자리를 아예 잃을 가능성이 크다.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유지하는 소규모 케이블채널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들은 종편 도입 논의 초기부터 지적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헌재 결정을 무시한 미디어법 재논의 거부 등 절차상 위법성조차 개의치 않았다. 정부는 친정부 신문들의 방송 진출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확대한다는 정치적 고려에만 몰두했다. 과거 군사정권 때나 생각할 수 있었던 행태다. 종편 추진 과정이나 그 결과는 우리 언론을 타락시키는 최악의 결정이자 두고두고 이 정권의 원죄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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