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 방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부터 밝힌다면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조문에 폐쇄적일 이유는 없다. 유족과 북쪽 주민을 인간적으로 위로할 필요가 있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온갖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설 경우 혼란스러워질 염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야당이 어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창구로 해서 일정한 수의 조문단을 구성해 북을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괜찮은 생각이다. 무엇보다 민화협은 여야 정당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가 두루 참여한 기구이다. 민화협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가 남북 화해와 관련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쪽이 북쪽과 슬픔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데 필요한 무게감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반관반민 성격인 민화협이 나선다면 비용과 행정 편의 문제도 어렵잖게 해결할 수 있다. 자칫 중구난방이 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여야 대표들과 한 회담에서 이 제안에 반대했다. 정부가 못한 몫을 민간 또는 준민간 차원에서 감당해주는 성격이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 민화협의 김덕룡 대표가 나서서 대통령을 설득하고 일을 추진해주기 바란다.
정부가 노무현재단의 조문을 불허한 것도 유감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김 위원장과 10·4 정상선언을 한 당사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김 위원장은 조전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조문하겠다는 것은 이에 답례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북이 남쪽에 조문단을 파견한 경우에 한해 ‘답례 조문’을 허용한다고 하는데, 너무 편협하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인간적 도리를 하겠다는 것까지 막아서야 되겠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의 방북 수행원을 제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치인이라서 안 된다는데, 임 전 장관은 정치인도 아닐뿐더러 정치인이라고 굳이 안 된다고 할 근거는 또 뭔가. 방북으로 사법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방하는 차원이 아니라면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북쪽과 연이 닿는 인사를 파견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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