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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문정국에 북한도 성숙하게 대응하길

등록 2011-12-23 19:08수정 2011-12-23 21:22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첫 공식반응을 올렸다. 조의 방문을 희망하는 남쪽의 모든 조의 대표단과 조문사절을 받아들이고 그를 위해 육로와 항공로를 열어놓는 조처를 취했다면서, 조의 방문을 제한하는 남쪽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을 훨씬 웃도는데도 정부가 조의 표명과 조문단의 방북 허용에 극도로 인색한 것은 문제다. 하지만 북쪽의 반응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하다간 조문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 갈등의 새 불씨를 만들 수 있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북쪽은 주민에게 위로를 전한 남쪽 정부의 우회적 조의 표시를 북 지도자와 주민을 분리하는 “불순한 속심”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남쪽 일부에서는 북의 반응 역시 같은 의도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남쪽 정부의 조의 표시가 충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쪽의 이번 조처는 북으로선 불만스러울지라도 조의 표시도 조문단 방북도 불허했던 17년 전과는 명백히 다르다. 북이 조문파동의 재연을 피하려는 남쪽 대응의 긍정적 함의를 읽으려 하지 않고 그 부정적 측면만 걸어 맞대응할 경우 문제는 꼬일 수 있다. 예컨대 남쪽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최종 책임이 김 국방위원장에게 있다고 밝힌 것도, 그것을 김정은 후계체제와의 관계 개선 메시지로 읽느냐 아니면 고인 및 후계체제에 대한 모독으로 읽느냐에 따라 대응과 그 파급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릴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이 미흡하고 미숙하나마 북한 새 체제에 대한 남쪽 정부의 관계개선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그동안 쌓여온 상호 불신 때문에 조그마한 표현상의 문제나 미숙함도 서로에게 치명타가 될 연쇄반응을 부를 수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일수록 남북 모두 상대방의 조그마한 변화라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일차원적 맞대응 대신 선순환적 연쇄작용을 일궈내는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은 “이제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북남관계가 풀릴 수도 있고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면서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는 북쪽 당국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야말로 이 중대한 기로에서 남북 모두 위기를 기회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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