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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MBC 파업, 김재철 사장 사퇴만이 해법이다

등록 2012-02-03 19:24

오늘 저녁 <문화방송>(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과거 방송분을 짜깁기한 스페셜이 방영된다. 무한도전을 만드는 김태호 피디 등 제작진이 지난달 30일 시작된 노조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뿐이 아니다. 일요일의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등도 스페셜이 나간다. 이미 지난 화요일 ‘피디수첩’은 결방했고, 50분짜리 ‘뉴스데스크’는 10일째 15분 안팎으로 축소돼 방송되고 있다.

일손을 놓은 엠비시 직원들이 대신 달려간 곳은 거리와 인터넷이다. 조합원 500여명은 어제 서울 명동에서 공영방송 엠비시의 죽음을 알리는 노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무한도전을 볼 수 없는 이유’ 등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엠비시의 현주소를 알리고 있다.

엠비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이 김재철 사장의 정권 편파적 불공정 방송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엠비시 노조는 지난달 25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재적 인원 939명의 83.4%(783명)가 참여한 가운데 69.4%(533명)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김 사장 체제 아래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절박한 자기반성이 파업의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김 사장이 청와대의 ‘낙하산’으로 임명된 뒤 엠비시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못하는 방송’으로 전락했다. 공중파 가운데 꼴찌로 추락한 뉴스 시청률은 공영방송의 기능을 상실한 엠비시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과 비판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표다.

그런데도 파행의 원인 제공자인 김 사장은 반성은커녕 “불법파업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이 큰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도 일본에서 열린 ‘케이팝과 함께하는 패션쇼’에 참석하는가 하면, 지방으로 가 자치단체와 드라마 제작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사장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이다.

엠비시 파업 사태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은 크게 훼손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불편 때문에 노조원들이 결국은 파업을 접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산이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의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노조원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다. 엠비시 사태를 풀 수 있는 길은 김 사장의 조속한 사퇴뿐이다. 만약 김 사장이 계속 자리보전을 고집한다면 엠비시 경영진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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