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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탈북간첩 사건’ 조작 논란 유감

등록 2013-04-28 19:03

올해 초에 있었던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둘러싸고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에서 일하며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북한 화교 출신 공무원 유아무개씨의 여동생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오빠의 간첩 혐의에 대해 “국정원의 강요와 회유로 거짓 증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반박자료를 내어 “여동생 진술 외에도 여러 증거가 있다”며 허위사실을 적시한 데 대해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양쪽 주장이 맞서고 있어 섣불리 진위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진실이 법정에서 명확히 가려져, 중요한 범죄행위가 은폐되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북한에 살던 화교였던 유씨 남매 중 의사 출신의 오빠는 200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가 2006년 모친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밀입북하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에 붙잡혀 공작원으로 포섭됐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이후 보위부 지령에 따라 200여명의 탈북자 신원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여동생 유씨 역시 탈북했다 지난해 10월 입국했으며, 심사를 받기 위해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 가까이 머무는 과정에서 “오빠가 공작원으로 포섭됐다”고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오빠에 대한 수사가 여동생 진술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국정원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국정원은 다른 탈북자들이 오빠 유씨의 밀입북 정황을 증언하는 등 여동생 진술 이외에도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동생은 중국 연길에서 찍은 가족사진과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 등을 제시하며 “오빠는 밀입북한 게 아니라 당시 가족과 설연휴를 보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자신의 진술에 대해서도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오빠가 다 자백했다’며 진술서를 가져와 마지못해 인정한 것일 뿐”이라며 “너만 인정하면 오빠가 1~2년만 형을 살고 한국에서 둘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회유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동생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간첩사건의 핵심 증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진위가 가려져야 한다. 특히 화교임이 밝혀졌음에도 6개월 가까이 사실상 구금한 일이나, 방안의 시계 유리를 깨뜨려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억압적인 상황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내세우는 자료들의 증거능력과 함께 여동생이 주장하는 조사의 강압성을 면밀히 살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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