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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과급 잔치하며 수도·전기요금 올리겠다니

등록 2013-10-25 18:35수정 2013-10-29 10:22

공기업들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요금을 일제히 올리겠다고 한다. 24일 정부가 국회에 낸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수자원공사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상수도 요금을 해마다 올리고 한전은 전기요금을,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릴 계획이다. 전기나 수도 요금이 원가의 80%대라고 하니 인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들이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선후가 잘못됐다. 공공요금 인상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10대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345조원에서 올해 28조원이 더 늘어나 373조원에 이른다. 국제신용평가 기준으로 보면 투기등급일 정도의 빚더미 위에 올라 있지만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다. 공기업들이 빚을 줄이겠다고 낸 자구계획은 정작 보유 부동산 개발, 유휴 자산 매각, 원가 절감 등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 얘기들이다. ‘신의 직장’이란 이름 그대로 누릴 것은 누리고 적자는 국민 주머니를 털어 메우겠다는 발상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국민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4대강 사업을 벌여 빚을 8조원이나 늘린 수자원공사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경영 실태를 보면 수자원공사 부채는 2009년 3조원에서 올해 6월 14조원으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사장은 4년간 1억원 가까이 연봉을 올렸고 직원들 성과급도 225%나 올렸다. 여기에다가 대학생 자녀 학자금 전액을 무이자 융자로 지원했고 퇴직자들에게도 웃돈을 얹어줬다. 염치가 있다면 물값 올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해 3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 또한 사장이 보너스로만 1억원 이상을 챙겼고 직원들도 1인당 700만원씩 성과급을 받았다. 최근 5년간 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이 1조6400억원에 이른다. 한전 부채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탓이 큰데, 지난 10년간 100대 대기업에 할인해준 요금이 9조4300억원이나 된다. 대기업 특혜를 바로잡지 않고 전기요금을 올려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는 빚이 26조원인데 지난 5년간 직원 성과급으로 3000억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도 비싸다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리고, 경차 할인율을 줄이고 장애인을 할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자린고비 대책을 내놓은 게 놀랍다.

공기업을 전리품처럼 여겨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감독 권한을 가진 정부가 감싸고도는 탓에 빚만 불어나고 있다. 청와대가 공기업 간부 인선에 착수했다고 하는데 반드시 경영 혁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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