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겐 기본 치료비보다 더 부담되는 게 있다. 보험급여 대상이 안 되는 간병비,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한 해를 넘기고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도 ‘노인 기초연금 20만원’ 공약처럼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환자 가족들이 가장 고통받는 게 과다한 간병비다. 환자 상태와 간병 정도에 따라 하루 간병비는 최고 8만원이 넘는다. 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입원환자 중 80%가 한달 평균 210만원의 간병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수년씩 입원해야 하는 중증질환자의 경우, 매월 이런 정도의 간병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 결국 가족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하거나 그러지도 못하면 빚을 내서라도 비싼 간병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간병비 문제는 박 대통령 임기 안에 해결하겠다는 느긋한 태도다. 사실상 해결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를 환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하고 있는 현실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병원에 입원하면 일단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1~2인실 등 상급병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택진료도 말이 ‘선택’이지 사실상 ‘의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들이 부담하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병원의 수익과 직결돼 있다. 병원 수익을 위해 환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병원협회 등 이익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더는 지속시켜선 안 된다.
현재 의료비를 마련하느라 집을 팔거나 빚을 낸 ‘메디컬푸어’가 전국적으로 70만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완치의 기약도 없이 장기간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의 경우는 ‘3대 비급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가계가 파탄 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이 헛공약이 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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