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고등학교가 전체의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과서를 적극 옹호한 정부·여당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냉정한 심판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런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신의 행태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교학사 교과서의 심각한 역사왜곡과 허접스런 품질로 볼 때 이번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다. 청소년들이 그릇된 역사관에 휘둘리기를 바라는 교사와 학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이 교과서의 내용은 학계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이 교과서와 관련된 이들은 친일·독재 세력에 대한 온당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일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극대화·영속화하려 한 것이다. 게다가 학계의 기본적인 검증 절차조차 무시하고 온갖 오류로 뒤덮여 있으니 교과서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이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이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학생 대자보가 붙었고, 울산 현대고에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얼마 전까지 이 학교 재단의 이사장을 지낸 것과 관련해 말들이 나온다. 경기도 파주 운정고 등이 학부모들의 항의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 결정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생각과 다르게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교장이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다른 학교의 채택 과정을 조사해보면 비슷한 사례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정부·여당과 수구세력은 지난 몇 달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에 나선 바 있다. 교육부는 유례없는 사실상의 재검정 절차를 거쳐 졸속으로 수정명령을 내렸고,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뒤에도 다시 고칠 기회를 줬다. 이들이 이 교과서 문제를 물타기하려고 모든 교과서가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한 것은 이 교과서를 ‘역사전쟁’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검정 제도는 상처투성이가 됐고 여러 소송이 뒤따랐다.
1% 미만의 채택률이더라도 안심할 건 아니다. 10년 전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었던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의 채택률이 4%까지 올라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군대위안부 피해자 등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다. 법원도 이 교과서의 퇴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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