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신당 창당 방식을 통한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양쪽은 이달 말까지 창당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어서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의 대변화가 현실화했다. 양쪽의 통합은 불과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어서 내실있는 후속작업의 필요성도 커 보인다.
두 세력의 통합은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힘을 모음으로써 야권 분열 우려를 씻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그간 정치권에선 두 세력이 대립을 거듭해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진보정당과의 연대 문제 등이 있지만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정당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할 만하다. 야권은 당장 지방선거에서 후보 난립 등의 혼선을 겪을 수 있지만 대선 공약 이행을 통해 ‘약속의 정치’를 실천한 셈이다. 이는 사실상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세운 새누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두 세력의 통합은 어느 한쪽도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양쪽 모두 지리멸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이번 통합은 현실의 어려움을 미봉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창당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만이 이런 비판을 불식하는 길이다.
이번 통합은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두 세력의 통합 및 기초선거 무공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 통합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생기더라도 대선 때부터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의 대의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양쪽 모두 겸허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이번 통합으로 그간의 새정치 실험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실험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고 할 수 있고, 더 큰 틀의 실험으로 이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간 안 의원 행보가 의미 있었던 것은 기존 정치권에 정치개혁이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통해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비록 독자신당의 꿈은 접었지만 통합신당에서 정치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국민의 이런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다. 민주당은 통합으로 몸집을 불렸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다. 통합신당 창당을 계기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