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8일 국방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동맹 재편 작업을 일단락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핵심은 일본 자위대의 역할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이다. 오는 27일 두 나라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개정을 마무리한 뒤 정상회담(28일)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29일)이 이어지게 된다. 동아시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1978년 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1997년 북한 핵 개발 의혹 등을 계기로 한 차례 개정됐을 뿐이다. 두 나라가 지향하는 것은 한마디로 ‘군사 일체화’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추구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수단이자, 일본에는 평화국가 틀을 벗어나 재무장을 본격화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이다.
당장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는 애슈틴 카터 국방장관의 8일 발언이 바로 그렇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최근 ‘독도 도발’을 강화했다. 이런 추세를 그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과거사 문제에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비타협적 태도가 필요하다.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진전시키려는 미국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 한가운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있다. 미국 고위관계자와 연구소들이 일제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는 것은 ‘사드 띄우기’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이 사안에서도 분명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드 배치를 비롯한 한-미-일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이 우리 안보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더 우려스런 것은 미국과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북한 핵 문제 방기 등 상황 악화를 감수하는 대북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책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우리나라가 설 자리도 더 좁아지기 마련이다. 바꿔 말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관련국에 대한 우리 입지도 커질 수 있다.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서울을 찾는다. 다음주에도 한-미-일 고위급 대화 등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균형외교,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사안 중시, 과거사 해결 등의 원칙을 분명히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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