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연금으로 첫발 뗀 공적연금 개혁작업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여야는 이와 함께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이달 초 이미 의견 일치를 봤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되살려서 애초 합의 내용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건 잘한 일이다.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공적연금 제도의 개혁으로 옮겨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 역시 평가할 만하다.

여야 정치권과 공무원단체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기대만큼 정부 재정을 절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선 공무원들이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연금 개혁을 이뤄냈으니 그리 폄하할 일은 아니다. 더 의미있는 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연금 개혁 작업에서 여야 정치권과 관련 단체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진보·보수를 망라하는 학계의 연금 전문가 18명이 지난 24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란 점을 존중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정치권에 촉구한 건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공무원연금법의 국회 처리는 지난한 연금 개혁 작업의 첫걸음일 뿐이다. 재정결손 우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노후빈곤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을 제대로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 28일의 합의 내용을 보면, 현재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제도만으론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여야가 기본 인식을 같이했다고 할 수 있다. 노후소득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앞으로 사회적 기구에서 폭넓은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해야 하는 연금 개혁 작업에선,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며 쉽게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 참여하는 정부와 정치권, 학계, 관련 단체는 정파적 이해보다 국민 이익을 앞에 놓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합의하고도 한달 가까이 국회 처리가 늦어진 데엔, 국민연금 재정에 관한 서로 다른 예측과, 특히 청와대 및 정부 당국자들의 일방적이고 정략적인 정보 유포가 큰 원인이었음을 되새겨봐야 한다.

다행히 여야와 관련 단체가 오랜 논의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입법한 건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이 경험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 운영에서 좋은 디딤돌로 작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