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역 참사는 효율을 앞세운 ‘시장 만능’의 우리 체제가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쉽게 내팽개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은 용역회사로 옮겨간 퇴직자들의 특권을 낳았고, 그로 인한 부담은 다른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위험노동으로 이어져 결국 19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사고가 되풀이되는 동안에도 현장과 괴리된 경영진은 ‘탁상 대책’만 남발했을 뿐 누구 하나 위험천만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 하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하철 구내 실족·투신 사고가 빈발하자 안전문을 설치하면서, 설립된 지 5개월밖에 안 돼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업체에 공사를 맡겨버렸다. 후임 오세훈 시장 역시 공기업 구조조정의 하나로 서울메트로 직원 20%를 해고해 용역회사에 떠넘겼고, 2009년 97개 역사에 안전문을 설치하면서는 1년 내 완공을 목표로 새벽 공사를 강행했다. 결국 날림공사로 고장이 잦아지더니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2013년부터는 세 차례나 사망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
서울메트로만이 아니다. 코레일은 철로 유지·보수 업무를 비정규직 비율이 95%나 되는 자회사 코레일테크에 넘겼다. 2011년 12월 선로 유지·보수를 하던 코레일테크 하청노동자 5명이 한꺼번에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나자 원청인 인천공항철도는 ‘무단침입’ 때문이라며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등의 잇따른 죽음과 지난 1일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숨진 포스코건설 하청노동자들까지,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죽음의 외주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을 위해 돈이 필요한데 이 사회는 돈을 위해 사람이 필요하다.’ 구의역 승강장에 나붙었다는 포스트잇 글귀가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박원순 시장이 7일 구의역 참사와 관련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특권과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늦긴 했으나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영 등 대체적인 방향은 옳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도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 직접고용과 원청 책임자 처벌 강화 등의 법개정안을 발의해놓았으니 이제는 실천에 옮길 때다.
이슈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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