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혁명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각) 밤 해안도시 니스에서 축제를 즐기던 민간인 84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이번 테러는 최근 늘고 있는 소프트 타깃(공격에 취약한 사람이나 장소) 테러 가운데서도 새로운 유형이다. 범인은 대형트럭을 몰고 군중 속을 전속력으로 질주해 큰 인명피해를 냈다. 범인이 현장에서 숨져 범행 동기와 배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30일에도 수도 파리의 극장과 식당, 경기장 주변 등에서 이슬람국가 추종세력이 동시다발 테러를 벌여 130명이 숨진 바 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테러가 가장 흔한 곳은 중동 지역이다. 테러를 주요 수단으로 삼는 극단주의자들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6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과 2014년 6월 이슬람국가 출범, 2002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1980년대의 아프가니스탄 내전 등이 꼽힌다. 지난해쯤부터는 테러 발생 지역이 중동 밖으로 넓어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달 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음식점에서 일어난 인질극 테러(외국인 20명 사망), 지난 3월 벨기에 국제공항 등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32명 사망),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50명 사망) 등이 그런 사례다. 모두 극단주의 조직이 관여했거나 현지 동조자가 저지른 테러다. 이 밖에 사전에 적발돼 미수에 그친 경우도 적잖다.
극단주의의 뿌리를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다 각국의 정치·사회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과 같은 소프트 타깃 테러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테러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극단주의자들을 도울 뿐이다. 테러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되 다양한 사회 불만 요소를 개선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나아가 극단주의의 근원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촌 전체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반인륜적이고 비겁한 행위다. 이런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21세기 인류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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