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을 둘러싼 ‘정보 공작’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 수석이 궁지에 몰렸을 때마다 절묘한 ‘폭로’가 거듭된 까닭이다. 폭로된 내용은 도·감청의 결과이거나 수사기밀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다. 출처가 어딘지, 어떤 목적으로 제공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비리를 폭로한 것부터가 수상쩍다. 기업이 제공하는 전세기와 요트를 타고 향응을 받은 송 전 주필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한 비리다. 그 대가로 우호적인 기사를 썼다면 부패 혐의도 피할 수 없다. 엄정한 조사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와 별도로, 그런 비리가 문제 되는 과정은 여러모로 이상하다. 김 의원이 폭로한 송 전 주필 비리 자료는 하나같이 사정기관에서만 입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수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기 십상이다. 김 의원은 송 전 주필을 접대했다는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에 비리를 폭로했다. 영장에 담긴 수사기밀이 아닌지 의심된다. 그가 더욱 구체적인 비리 증거를 내놓은 29일은 검찰 특별수사팀이 여러 곳을 압수수색한 날이다. 그런 때에 우 수석 의혹을 제기한 신문의 고위간부 비리를 폭로했으니 ‘우병우 의혹 물타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본말전도’의 효과를 기대할 쪽이 분명하고 폭로 자료를 가지고 있을 기관도 몇 안 되니 당연한 의심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통화 내용이 ‘국기를 흔드는’ 감찰기밀 누설이라며 문제 삼은 과정은 더 의심스럽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소수 기자의 단체 카카오톡으로만 온라인상에서 공유됐다고 한다. 그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면 기자들에 대한 불법 도·감청, 해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그랬다면 그런 일을 할 능력이 있는 기관은 한정돼 있다.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사람도 손꼽힌다. 더구나 <문화방송>(MBC)이 이런 내용을 보도한 것은 특별감찰관실이 우 수석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 직전이었다. 역시 물타기와 본말전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정보를 제공한 ‘숨은 손’이 과연 누구이겠는가.
우병우 의혹은 다른 의혹으로 덮거나 가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건의 본말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런 시도 역시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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