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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규탄과 야당 성토밖에 모르는 ‘안보 무능’

등록 2016-09-11 17:40수정 2016-09-11 18:57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열린 안보상황 점검회의에서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했다.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 등을 향해 “대안 없는 정치 공세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관련 정부 부처에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지시했다. 핵실험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맞이해 박 대통령이 보이는 태도라고는 북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야당에 대한 공격, 국민을 향한 일장 훈시뿐이다.

유능한 정부라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언제부터 예상하고 어떻게 대비해왔으며, 앞으로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그러지 못한 것은 정부가 북한 추가 핵실험에 대비도 하지 못했고 현실적 해법도 전혀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실시된 날 국무총리와 통일부 장관이 서울을 비우고 있다가 허겁지겁 돌아온 것부터 정부의 부실 대응은 확인된다. 그렇다 보니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북한에 향해 격렬한 비난을 토해내고, 안보를 앞세워 국내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정부 ‘무능함’의 현주소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격앙된 국내 여론을 활용해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도 너무 속 보이는 태도다. 야당을 비롯해 많은 국민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올바른 북핵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사드 문제로 한국과 중국 간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틈탄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사드를 배치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일 것처럼 말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국내 불순세력” 운운한 대목은 더욱 위험하다. 사드 문제를 비롯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불순세력’ ‘사회 불안조성자’로 보는 것부터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관련 부처에서는 ‘불순세력 박멸 계획’을 내놓고 수선을 피울 게 뻔하다. 자칫 우리 사회에 ‘공안통치’의 광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 ‘우병우 사태’를 비롯해 각종 국정 난맥상으로 레임덕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으로서는 안보위기를 빙자해 정국을 뒤엎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우리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겨 안보태세를 약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런 얄팍한 수로 박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넘길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대책 없는 고함이나 일장 훈시가 아니다. 이 정권이 ‘안보 무능’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박 대통령 본인부터 냉정함을 되찾고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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