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민정수석을 출석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대 민정수석은 국감에 안 나가는 것이 관례”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헛된 변명이다. 신광옥·문재인·전해철 수석 등 이전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들이 다섯 차례나 국감에 나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영한 민정수석에게 국회 출석을 지시한 바 있다. 김 수석의 항명 파동으로 국회 출석이 무산되긴 했지만, 청와대 스스로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필요성을 인정해놓고 이제 와서 관례를 들먹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이 이전 정부의 민정수석 국회 출석 사례를 제기하자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어떻게 사정이 다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국회의 정당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려면 뭔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조차 없다. 사리에 맞지 않는 허접한 논리와 비상식밖에 내세울 게 없는 곳이 국가 운영의 최고 사령탑을 맡고 있는 현실이 비감할 뿐이다.
우 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이전 민정수석들과는 ‘사정이 다른’ 점은 있을 것이다. 우선 그를 둘러싼 각종 비리·특혜 의혹은 도무지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공직자 검증 책임자로서 숱하게 되풀이된 인사 실패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뭉개고 보자는 식이다. 어떻게든 국정감사 증언대에 서는 것을 피하다가 검찰 수사에서 억지로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 자리를 지키려는 저열한 계획이다.
우 수석의 국회 증인 출석 거부는 박근혜 대통령 뜻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김영한 수석 항명 파동에 대해서는 “그래도 국회에 나가야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지난해 1월 새해 기자회견)라고 말했으나 태도를 싹 바꾸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애초에는 “더 이상 관례를 들어 불출석을 양해해주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더니 이제 와서는 “여야 간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라며 불출석을 용인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말에 대한 책임이나 최소한의 일관성도 찾아볼 수 없는 조삼모사 정치다.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끝없는 ‘우병우 감싸기’로 나라의 골병은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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