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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승계 도움’과 ‘금전 지원’ 주고받은 대통령과 삼성

등록 2017-01-02 20:48수정 2017-01-02 20:53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자신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이)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드러난 증거와 정황을 보면 박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그는 합병이 삼성의 후계 승계에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합병에 도움을 줄 수 있었음을 삼성 쪽에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 대가로 삼성의 ‘금전적 기여’도 강하게 주문했다.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오간 제3자 뇌물죄는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 적극적으로 엮은 것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2015년 7월25일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독대를 앞두고 청와대가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다. ‘말씀자료’에는 ‘삼성 후계 승계문제 관련’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합병이 필요했으며, 합병 성사로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말씀자료’는 이어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승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노골적으로 도움을 약속한다. 박 대통령은 평소 그랬던 것처럼 독대에서도 ‘말씀자료’대로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런 도움을 이미 제공했을 수도 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그해 7월10일 무리하게 합병 찬성을 결정한 것도 대통령의 이런 자세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금전적 지원을 압박한 정황도 분명하다. ‘말씀자료’에는 삼성이 주도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부실을 지적하면서 “삼성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고, 더 분발해주기 바란다”고 발언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런 강한 질책에 이어, 당시 재벌총수 연쇄 독대의 주요 목적이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지원 요구가 따랐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선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왜 늦어지느냐”며 크게 역정을 내고 질책했다고 한다. 도움의 대가로 이런저런 돈을 요구하는 꼴이다.

대통령과의 독대 뒤 이 부회장은 급히 회의를 소집했고, 얼마 뒤 승마협회 지원을 핑계 삼아 최순실·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금전 지원이 시작됐다. 그 연결고리가 확인되면 이 부회장도 사후 뇌물 제공의 공범이 될 수 있다. 대가를 주고받은 주역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인 만큼 혐의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검팀은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해 누구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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