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을 부산·대구 고검 차장으로 좌천시키고 그 자리에 각각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와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윤 신임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 출신의 소신 뚜렷한 강골 검사라는 점에서 그의 발탁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을 만하다. 직급을 고검장에서 지검장급으로 한단계 낮추긴 했으나 전임자와 다섯 기수나 차이가 나는 파격 인사여서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도 평가할 만하다.
검찰개혁을 위해선 과거의 잘못을 도려내는 청산 작업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제도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산을 위해선 잘못 처리된 사건은 바로잡고, 문제적 인물은 솎아내야 한다.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으로 ‘돈봉투 만찬’ 감찰을 시작했으나 결국은 일련의 ‘청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전 검찰국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팀 간부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것이 게이트 수사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자리에 굳이 수사팀 검사들을 동석시킨 사실 자체가 의구심을 낳는다. 이 전 지검장 역시 법무부의 다른 국실에는 돈봉투를 돌린 적이 없다니 의혹은 더 짙어진다. 왜 돈봉투를 주고받았는지 제대로 따지려면 결국 재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찰이 ‘우병우 재수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시점에 윤 지검장이 특검 파견 당시에 못다 한 나머지 반쪽 수사를 마무리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 전 지검장, 안 전 국장 사이의 빈번한 통화를 비롯한 ‘검찰 농단’은 물론 최순실씨 일가의 감춰진 재산 등 시간상 제약으로 파헤치지 못한 여러 의혹도 밝히기 바란다. 검찰 적폐의 청산 작업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수사권 조정 등 제도적 개혁 이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한편, 박한철 소장 이후 대행체제로 이어져 온 헌법재판소장에 김이수 현 소장대행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 후보자는 여러 중요 사건에서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에 충실한 결정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 유일하게 “정당 해산의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해산에 반대하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을 내는 등 소신 뚜렷한 의견을 많이 냈다. 탄핵 이후 부쩍 높아진 헌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진력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현직 재판관을 소장으로 기용할 경우 남은 임기를 둘러싸고 그간 논란이 많았으나 이번 기회에 정리가 필요하다.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야의 진지한 논의를 촉구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