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일 정유라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이 보강수사에 나섰다. 서울 청담고 및 이화여대 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 외에 별도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정씨의 범행 가담 정도가 약하고, 기본적인 증거자료가 이미 대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는 등 5가지 정도의 사유를 들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씨가 영장심사 단계에서 “아기 키울 사람이 나밖에 없고, 엄마까지 구속돼 있다”며 울면서 호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피의자 인신구속 문제는 법원이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게 맞다. 강 판사가 ‘가족관계’를 영장 기각 사유의 하나로 들었듯이 어린아이를 둔 정씨 개인 사정과 가족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씨가 삼성 뇌물과 이대 비리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서, 이미 구속된 교수 등 관련자들과의 형평성에 비춰봐도 법원 판단이 국민 법감정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5개월이나 도피생활을 하다 강제송환된 사실을 고려하면 ‘자진 귀국’이라는 정씨 쪽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변호사와 상의해 이대 비리 재판이 마무리된 시점을 택해 귀국한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정씨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남은 의혹을 풀 열쇠를 쥔 인물이란 점은 검찰과 법원 모두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수사 대상 중에서는 박-최 두 사람의 국정농단 ‘공모’ 전후 사정뿐 아니라 최씨 일가 재산 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고 봐야 한다. 도피 기간 동안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지급했을 뿐 아니라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 주주로 올라 있는 등 가족 해외재산의 실체를 알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도 최씨 일가 재산과 박-최 두 사람의 ‘경제공동체’ 관련 혐의 등에 대해선 활동시한 연장 불발에다 금융감독기관의 비협조 등으로 제대로 손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정씨가 귀국한 이상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해 국민적 의혹을 파헤치기 바란다. 법원 역시 정씨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씨 수사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
변호사 면담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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