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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최저임금 때문에 한국 떠난다”는 부풀려진 주장

등록 2017-07-28 18:07수정 2017-07-28 19:03

일부 방직업체들이 공장 국외 이전과 인력 대폭 감축 계획을 밝히면서 그 이유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경방(옛 경성방직)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광주공장의 생산시설 절반가량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김준 경방 회장은 몇몇 언론에 “내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방(옛 전남방직) 조규옥 회장도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직원 1600명 중 600명을 해고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방의 자동화설비. 출처 경방 홈페이지
경방의 자동화설비. 출처 경방 홈페이지
보수언론은 이를 두고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없애고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결국 현실이 됐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이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경방과 전방의 사례를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다.

섬유업계의 국외 이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인건비 상승과 수입 규제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경방도 이미 10년 전부터 베트남 진출을 추진해 현지에서 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경방의 베트남 생산설비 규모는 국내의 70% 수준까지 커졌다. 반면 국내 직원 수는 2013년 676명에서 올해 568명으로 줄었다. 경방은 지난해 매출액 3774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1.5%에 이른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6.3%의 2배 가까이 된다. 경방 외에도 대한방직협회 회원사 12곳 가운데 5곳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전방은 경방과 또 다른 사정이 있다. 전방은 지난해 10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방직협회 회원사 중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곳은 전방을 포함해 2곳뿐이다. 전방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 누적적자가 343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전방의 적자 원인이 인건비보다는 과도한 설비투자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기대하는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어느 한쪽만 과도하게 부각시켜 전체적 조망을 어렵게 하는 과장된 주장은 옳지 않다. 정부는 소모적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 관련 기사 : 방직업계, 해외이전 이미 계획하고도…최저임금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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