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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이재용 중형 구형,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 기대한다

등록 2017-08-07 18:12수정 2017-08-07 19:03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는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게 징역 7~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공판과 별개로 진행돼왔으나, 핵심 혐의는 일맥상통한다. 선고 결과 역시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에 대한 단죄가 걸린 역사적 재판이란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법원의 올바른 판단이 요구된다.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쪽은 지금까지 모두 53차례에 걸쳐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특검은 그동안 이 부회장 쪽이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경영권 승계가 필요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을 받고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하게 된 것’이므로 뇌물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 부회장 쪽은 ‘승마 지원은 최순실의 강요·공갈에 의한 것일 뿐 뇌물이 아니고, 이 부회장은 말 지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주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300억원 가까운 돈이 최씨 쪽에 건네졌고,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일제히 나서 삼성 합병에 도움을 준 건 분명한 사실이다. 특검 주장처럼 이 부회장과 최씨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삼성의 승마 지원과 청와대의 경영권 승계 지원은 서로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첫 독대 때부터 유독 승마 종목에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고, 이 부회장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여러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 전직 임원들이 특검 진술을 일제히 뒤집고 법정에서 ‘이 부회장은 잘 몰랐다’며 합병조차 그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은 ‘총수 중심 체제’로 운영되는 한국 재벌 관행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은 에버랜드 사건과 비자금 사건 때도 그룹 총수가 불법·비리 혐의로 법정에 섰으나 솜방망이 처벌과 원포인트 사면으로 특혜를 누렸다. 법적 정의보다 ‘경제 논리’를 앞세운 조처였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관행이 우리 대기업들의 불투명한 경영과 총수 1인체제의 후진적 지배·경영 구조를 온존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 혐의보다 피고인 신분을 더 따지는 판결이 ‘유전무죄’ 불신을 부추겼다.

경제가 중요하다면 정의는 더 중요하다.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판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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