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광풍’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 클릭 몇번으로 쉽게 떼돈을 벌 수 있다는데 뭐 하러 땀 흘려 열심히 살아가야 하느냐는 잘못된 인식을 번지게 한다.
근로의욕 저하는 가상통화에 투자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한테서 나타나고 있다. 가상통화는 24시간 거래되는데다 등락 폭에 제한이 없다 보니 투자자들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중독에 가깝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진작 했으면 큰돈을 벌었을 텐데’ 하는 상실감에 투자 충동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라도 적금을 해지하고 가상통화에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오죽하면 ‘비트코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가상통화 투자자 가운데 특히 20~30대 젊은층이 많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거래소인 빗썸 회원 250여만명 중 20~30대가 60%를 차지한다. 취업난과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가상통화 시장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전업으로 가상통화 투자에 나선 취업준비생들도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가상통화를 ‘흙수저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기는 듯하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에 14일 현재 17만명 가까이 참여했다. 안 쓰고 안 먹고 월급을 평생 모아도 집 한채 마련하기 힘든 현실에서 가상통화를 ‘유일한 동아줄’로 보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투기에 희망을 거는 것은 개인으로나 사회 전체적으로나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만 가상통화 투자 광풍의 배경에 팍팍한 생활고,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등 암울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상통화 광풍을 잡으려면 투기 억제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 적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 확대, 임금격차 해소, 집값 안정 등을 위해 정부가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전 정부들도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기 광풍이 또다른 형태로 언제, 어디서 불어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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