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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남북 함께하는 평창 올림픽, 평화 출발점에 섰다

등록 2018-01-21 18:23수정 2018-01-21 18:56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강릉/연합뉴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강릉/연합뉴스
20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최종 결정됐다. 또 21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에 도착했다. 남쪽도 23일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열리는 금강산과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이 진행될 마식령스키장 등에 선발대를 보낸다. 남북이 함께하는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나아가는 본격적인 막이 오른 것이다.

단일팀 구성과 공동입장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전에도 북쪽 선수·응원단의 남쪽 방문에는 종종 마찰이 있었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악화일로를 겪은 뒤 갖는 남북 접촉이다. 불상사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혹 사소한 마찰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친척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 부딪치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폭을 좁혀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남북 단일팀, 격려하고 따뜻이 맞아야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991년 여자 탁구와 청소년 축구에 이어 27년 만에 이뤄진 세번째 남북 단일팀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논란에서 알 수 있듯, 남북 단일팀에 대한 여론은 그때와는 차이가 많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여섯차례나 핵실험을 하는 등 북한이 핵위협을 일삼았던 탓이 크다. 대내적으론 우리 사회에서 공정함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지면서 단일팀 논란에서도 ‘윗분들’의 일방적 결정에 힘없는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닌가 걱정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워낙 급작스레 결정된 탓도 있지만, 정부가 협회, 선수들과 일찍부터 소통하며 겸손한 자세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잘못도 크다. 그러나 이 논란 과정에서 일부 야당 정치인과 보수언론의 태도는 도를 넘었다. 마치 좋은 약점을 잡았다는 듯 추정과 부풀리기 등으로 불을 지피려는 듯한 모양새는 볼썽사나웠다. 단일팀 확정 이후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평양 올림픽’ 선언을 국민과 함께 규탄합니다’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올림픽을 성공리에 마치고 남북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까봐 초조한 것처럼 비친다.

이제 한고비를 넘었다. 단일팀을 여전히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땀 흘린 우리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격려하고, 모든 게 낯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이제는 논쟁을 잠시 접고, 남북 선수들이 함께 최선을 다하고, 남북이 함께 응원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북한도 진정성 있는 모습 보이길

북한 행보도 우려되는 측면이 없진 않다. 북한은 애초 20일 방문단을 보내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하고, 다시 이튿날인 21일 내려보내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쪽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외교적으로 납득하기 힘들 뿐 아니라, 협상 상대방에게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예술단을 남쪽에 보내는 이유가 북한 주장대로 ‘남북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도록 하려면, 북쪽도 좀더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또한 남쪽 동포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통해 마주잡은 남북의 손이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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