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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갑질 넘어 ‘밀수 의혹’까지 불거진 조양호 회장 일가

등록 2018-04-19 18:29수정 2018-04-20 09:16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왼쪽부터 첫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셋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 회장, 둘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그래픽 / 장은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왼쪽부터 첫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셋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 회장, 둘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그래픽 / 장은영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파문을 계기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과 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잇따라 언론에 제보를 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 글을 올리고 있다.

‘밀수 의혹’도 그중 하나다. 대한항공 직원이 올렸다는 글을 보면, 총수 일가 여성들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수백만~수천만원어치의 명품을 쇼핑하는데 세관에 신고를 한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관세를 포탈하려고 밀수를 했다는 얘기다. 외국에서 명품을 구입한 뒤 항공기 사무장에게 맡겨 세관 검사를 받지 않는 별도의 통로로 들여왔다고 한다. 공항에는 상주 직원들이 이용하는 통로가 있는데 이곳에는 세관 직원이 없고 보안 직원만 근무한다.

밀수는 갑질과는 차원이 또 다른 범죄 행위다. 관세법은 면세 범위를 초과한 물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 가격 중 높은 금액을 벌금으로 물리고 해당 물품을 몰수하도록 돼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부부와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가 지난 5년간 외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갑질도 그렇고 밀수 의혹도 그렇고 모두 총수 일가가 기업을 사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보여준다. 직원을 머슴처럼 부리고 기업 활동을 사익 추구에 동원한 것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회삿돈 30억원가량을 자택 공사비로 유용한 혐의가 드러나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업을 사금고로 여기는 전근대적 행태다.

조 회장 일가의 계속되는 일탈은 ‘족벌 경영’과 ‘황제 경영’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그룹 재단인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아들은 대한항공 사장, 차녀는 대한항공 전무를 맡고 있다. 총수 일가가 그룹을 장악한 채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 반면 총수 일가의 잘못을 견제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은 없다. 기업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그룹이 진짜 위기에 빠지기 전에 조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회사와 직원들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부인과 자녀들을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 그것밖에는 답이 없다.

▶ 관련 기사 : 대한항공 총수 일가, 고가 명품 밀반입 정황 문서 나와

▶ 관련 기사 : ‘대한항공 3세’ 갑질 뒤엔…견제 없는 불법승계·특권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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