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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주한미군 문제, 평화협정과 연계할 일 아니다

등록 2018-05-02 17:47수정 2018-05-02 18:56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 특보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언급하지 않았고 한-미 동맹 체제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문 특보의 발언은 자칫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할 수 있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라는 직함을 가진 이상 시기와 상황을 살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

문 특보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일부 보수언론이 마치 주한미군이 당장 물러가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더 부적절하다. 자유한국당이 “김정은의 특보냐”고 몰아붙이며 문 특보 해임을 요구하고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것인지 대통령이 답하라”고 정치 공세를 펴는 것도 지나치다. 판문점 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에 시비 걸 명분이 없으니, 있지도 않은 미군철수 문제를 들고나와 국민의 안보불안을 들쑤시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 특보의 발언과 관련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의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소모적인 논란을 진화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한 것도 필요한 일을 한 것이라고 본다.

주한미군 문제는 동북아 안보균형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을 문제는 아니다. 섣부른 주한미군 철수는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이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둔할 필요가 있고, 우리가 동북아 중재자 역할을 하는 데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다. 겉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북한도 실질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1992년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남아서 한반도 평화 유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문제는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해가며 긴 안목으로 차분히 논의해 갈 문제다.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치고 평화체제 전환이 논의되는 이때에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정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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