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 17곳 중 14곳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의 자장 속에서 ‘진보 교육감’ 돌풍이 불었던 4년 전보다도 한곳 더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학교현장 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줄곧 보수 색채 교육감이었던 울산에서 진보 성향의 노옥희 후보가 당선되고, 자사고·외고 폐지 이슈가 민감했던 서울·경기에서 조희연·이재정 후보가 40%대 지지율이긴 하나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적잖다. 우리 공교육이 아이들을 지나친 서열화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할 현실이다.
지난달 15명의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제시한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 교장공모제 확대, 고교학점제 운영 등 정책을 힘있게 추진해나가길 바란다. 동시에 실행 과정에선 안정성과 신뢰를 주는 세심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현직 프리미엄’ 내지 정치적 성향에 따른 투표가 많았던 이번 선거 결과를 진보 교육정책의 절대적 지지로 볼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1년 평가에서 교육정책 만족도가 30%로 최하위권인 데서 보듯,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을 혁신하고 교육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큰 방향엔 동의하면서도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런 혼란은 교육개혁의 청사진 제시 없이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대입개편 문제에만 집중한 교육부의 무능이 자초한 바 크지만, 학교현장을 변화시킬 막대한 권한이 있는 교육감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개혁은 학교가 변하고 공교육이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줄 때 추진 동력도 생긴다. 재선·3선에 접어든 교육감들이 ‘실험’을 넘어 ‘실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