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15일 국회의사당 중앙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한다는 의미였다. 그들이 무릎 꿇은 중앙홀 뒤편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국민들께서 등을 돌린 참담한 현실 앞에 처절하게 사죄드리며 반성문을 올린다.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자유한국당이 ‘잘못했다’고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린 게 한두번이 아니다. 다시 태어나도 벌써 열번은 다시 태어나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 꿇은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진정한 반성’이라기보다는 ‘쇼’라고 여기는 게 대다수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평화정책에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붓더니, 또 국회 상임위를 마비시켜 정부의 수많은 민생·개혁 정책의 발목을 잡더니, 이제 와서 “달라질 테니 믿어달라”고 읍소한다고 해서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국민이 바라는 건, 선거 참패 때마다 정치인들이 되풀이하는 ‘회초리를 때려달라’는 식의 상투적 언사가 아니다. 실제로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담은 ‘행동’을 작은 곳에서부터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당장 국회를 정상화하고, 국회에 계류중인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부터 표결 처리하는 것으로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6월 임시국회는 1일 문을 열었지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를 제대로 연 적이 없다. 지금 분위기론 하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을 비롯한 원 구성도 하지 못한 채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충격이 심해 우선 당 수습을 먼저 해야 한다”는 태도라고 하는데, 당의 활로 모색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의원의 본분인 국회 운영을 등한시하는 건 옳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진정 ‘혁신’의 의지가 있다면, 먼저 국회를 정상화해 국민 관심이 높은 민생·개혁 법률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권성동 의원(법사위원장) 체포동의안부터 정정당당하게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비리에 연루된 동료 의원을 계속 감싸고 입법 활동은 나 몰라라 하면서 “달라지겠다”고 한들, 국민의 믿음을 얻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