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이해찬 수석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맨왼쪽은 홍영표 원내대표, 맨오른쪽은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자세를 낮추기보다 다른 야당들에 고압적인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 대표는 연정을 거론하려면 자세 전환부터 하라고 훈계하듯 말했고, 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사죄 퍼포먼스를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혹평했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의 발언으론 지나치다는 인상을 준다. 또 8월25일로 확정된 전당대회는 벌써 과열 조짐을 보이는 등 민주당이 승리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8일 다른 야당과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 “저의 재임 중에는 0%”라고 일축하면서 “개별 정당이나 개개인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자세 전환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 발의한 건 안 된다며 시비 걸듯 했다. 할 일을 해주면서 연정을 꺼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민주평화당에 대해 그간의 태도를 반성해야 연정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김현 대변인이 자유한국당의 사죄 움직임에 “그냥 잘못했다는 식의 ‘위장반성쇼’”라고 한 것도 야당에 대한 배려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최대 과제인 ‘민생과 개혁’을 위해서는 집권여당부터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야당 협조를 구해야 한다. 추 대표처럼 야당들에 ‘선거에 졌으니 꿇고 들어오라’는 식으론 곤란하다. 그렇게 하면 ‘협치’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협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엔 집권여당 책임도 크다. 야당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야당 스스로 지는 것과는 별개로, 여당은 야당을 ‘의정 파트너’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20명 가까운 자천 타천 주자들이 후보군을 형성하며 뛰는 양상도 우려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다. 이번에는 ‘친문’ 중진·핵심 의원들이 대부분 출사표를 던지는 등 너도나도 ‘당권 앞으로’의 형국이라고 한다. 정당에서 경쟁을 통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선거에 이기자마자 앞다퉈 경선에 나서는 모습은 좀 민망해 보인다. 차분하고 질서있게 지도부를 뽑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국민은 정치를 꿰뚫어보고 있다. 한눈팔고 자만하면 곧바로 심판을 받는다. 국민은 특히 권력을 매서운 눈초리로 살필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승리에 취한 것처럼 국민에게 비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