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 앞 중앙홀에서 원내대변인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제목의 반성문을 읽는 동안 줄지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의 새 진로를 모색중인 자유한국당이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쇄신책을 논의했지만 친박계와 비박계가 대립하며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선거 패배 이후 일주일이 넘었지만 수습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만 계속할 뿐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고질적인 계파 싸움이 재연된다면 당이 더욱 나락으로 빠져들 게 분명하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계파 갈등을 통해 우리 당이 분열하고 싸우는 구조는 저의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허사였다. 의원들은 최근 언론에 노출된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를 놓고 대립했다. 박 의원 메모에 적힌 ‘친박 핵심 모인다’ 등을 놓고 친박 의원들이 박 의원 출당 등을 거론하며 반발했다. 김성태 대행이 발표한 ‘중앙당 해체’ 등 쇄신안에 대해서도 절차적 문제점을 제기하며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이 선거 참패 이후에도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이전투구하는 모양새는 끔찍하다. 허물어져 내리는 당에서 무얼 차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금처럼 계파 싸움이 재연된다면 당이 정말 풍비박산날 수도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이들은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친박과 비박을 대표한다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각각 탈당과 총선 불출마를 표명했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이 살 길은 침몰하는 배에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며 나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다. 의원들 개개인이 무한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혁신 방향을 놓고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어설프게 제 몫 챙기려 들면 모두가 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