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공익법인법에 적혀 있는 공익법인의 모습이다. 상속·증여세법에선 ‘종교·자선·학술 또는 그 밖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라고 더 넓게 규정하고 있지만 비슷하다. 이처럼 사회 전반의 이익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법인에 들어가는 개인이나 단체의 출연 자산에는 상속·증여세를 매기지 않는 따위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 165개의 운영실태(2016년말 기준)를 조사해 1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현실의 공익법인은 법률상 공익법인과 많이 달라 보인다. 사회공헌이라는 고유 목적보다는 재벌총수 일가 지배력을 키우고 자식한테 경영권을 넘겨주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많다. 우리가 평소 예상하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 대상 공익법인에서 동일인(총수)·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예가 83.6%(138개)였다. 전직 임원이 이사로 참여하는 것까지 합하면 총수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지배구조 못지않게 운영실태 또한 애초 목적에서 멀어져 있다. 재벌 소속 공익법인에선 전체 수입·지출 가운데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지출 비중이 31.8%로, 전체 공익법인(9082개) 64.2%의 절반 수준이다. 재벌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 구성에서 계열사 주식의 비중이 16.2%인 반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적다.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를 돕는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증거다.
재벌 소속 공익법인을 통해 기부가 그나마 늘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공정위 또한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 증진에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모습이 애초 취지와 목적에서 떨어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부를 늘리고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일부 모습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 개선해야 할 점이다. 애초 목적대로 운영하는 건강한 공익법인들마저 한데 묶여 욕받이가 될 수 있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몇몇 공정거래법 개정안대로 재벌 소속 공익법인 보유의 계열사 주식에 대해선 의결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법인 내부의 견제장치를 마련해 공익의 목적을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