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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어처구니없는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

등록 2018-07-03 18:24수정 2018-07-04 10:03

그래픽 / 장은영
그래픽 / 장은영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않아 출발이 지연된 항공기가 수십편에 이르고 일부는 아예 기내식 없이 이륙했다. 기상 악화도 아니고 기내식 때문에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내식을 싣지 않고 항공기가 이륙한 것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또 기내식 업체의 협력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지인들의 얘기로는 기내식 지연 사태로 큰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번 기내식 대란은 발생부터 대처까지 어처구니없는 일투성이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한 게 기내식 대란의 발단이 됐다고 본다. 아시아나는 2003년부터 독일 루프트한자그룹 계열 기내식 업체인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와 5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아나가 계약 연장의 대가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고 엘에스지가 이를 거부하자 올해 6월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엘에스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를 제소했다. 아시아나는 엘에스지의 기내식 품질과 단가 문제 때문에 계약을 끝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시아나가 새로 계약한 중국 업체 게이트고메의 모기업인 하이난항공그룹은 아시아나의 투자 요구를 받아들였다.

아시아나는 게이트고메와 지난해 10월 합작회사를 세우고 올해 7월부터 기내식을 공급하려고 공장 건설에 나섰으나 지난 3월 화재로 차질이 빚어졌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한 게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총수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또 화재 발생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부실한 대응 탓에 상황이 악화됐다. 아시아나는 7월부터 3개월 동안 임시로 기내식을 공급할 업체로 국내 중소업체인 샤프도앤코와 계약했다. 그러나 하루 3천식 정도의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가 2만~3만식이 필요한 아시아나의 수요를 감당하기는 무리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예견했던 대로 사달이 났다.

아시아나는 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3일 김수천 사장이 뒤늦게 회사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렸다. ‘고객 존중’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 사태를 지켜보면서 도대체 뭘 배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와중에 박삼구 회장의 딸인 박세진씨가 1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총수 자녀라는 이유로 임원 자리를 꿰찬 것이다. 기내식 대란도 이런 후진적 족벌경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재벌 개혁이 왜 필요한지 재차 확인시켜준다.

▶ 관련 기사 : 하청 쥐어짠 아시아나, 기내식 30분 지체 땐 ‘반값 후려치기’

▶ 관련 기사 : 박삼구 회장 딸 금호리조트 상무 입사…호텔업계 “웃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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