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계엄령 문건’ 은폐 의혹 송영무, 장관 자격 있나

등록 2018-07-22 23:00수정 2018-07-22 23:26

기무사 ‘실행계획’ 넉달 가까이 감춰
수사단, 장관 포함 누구든 조사해야
잇따른 실언으로 국민들 마음에 상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송 장관은 ‘계엄 실행계획’을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6.13 지방선거에 폭발력이 너무 큰 것이어서 염려됐다”며 그런 판단에 “후회가 없다”고 발언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송 장관은 ‘계엄 실행계획’을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6.13 지방선거에 폭발력이 너무 큰 것이어서 염려됐다”며 그런 판단에 “후회가 없다”고 발언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탱크와 특전사를 배치해 촛불 시민을 진압하고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는 등 구체적인 계엄 실행계획을 마련한 사실이 지난 주말 드러났다. 기무사의 계획만큼 충격적인 것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처신이다. 송 장관은 군이 시위대를 유혈진압하는 사실상의 ‘친위 쿠데타’ 계획을 담은 문건을 넉달 가까이나 은폐·축소한 의혹이 짙다. 군을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위기관리 및 판단 능력을 갖췄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영무 장관에게 관련 문건을 보고한 게 지난 3월16일이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공개로 문제가 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물론, 특별수사단 수사로 새로 드러난 67쪽의 ‘대비계획 세부자료’까지 이때 모두 송 장관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기무사령관은 문서 작성자의 자백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하고, 대단히 심각한 것으로 인식해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 판단과 보고는 적절했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송 장관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과 이해 못할 태도를 반복했다. 송 장관은 논란이 불거지자, 6월28일 청와대에 67쪽의 세부자료를 1장 분량으로 요약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앞서 논란이 된 ‘계엄 검토 문건’도 4월30일 청와대의 기무사 개혁안 논의 때 ‘정치개입’ 사례로 예시했을 뿐 문서로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장관은 6·13 지방선거 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었다면서, “후회 없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오판을 정당화하는 뻔뻔한 태도일 뿐이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그가 국방부 장관으로 적절한 자질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그의 해명 역시 믿을 수 없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문건을 뭉개고, 숨기고,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외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특별수사단 설치를 지시하고, 16일엔 군 내부에서 오간 모든 보고와 문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송 장관은 군 장성들을 모아 놓고 “대통령 명령의 엄중함” 운운하며 엄정한 조처를 명령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갖고 있는 67쪽 실행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결국 수사단이 기무사 유에스비(USB)를 확보·분석해 문건의 존재를 확인한 뒤에야 청와대에 제출했다. 특별수사단은 송 장관을 소환 조사해 축소·은폐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가 문제가 되는 건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입만 열면 구설에 오르는 것도 더 두고 보기 어렵다. 그는 5명의 장병이 숨진 ‘마린온 참사’와 관련한 유족들의 분노에 “의전 문제가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황급히 사과했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나, 어떤 경우에도 국방부 장관이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그의 여성비하 발언 등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언제까지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국방부 장관을 지켜봐야 하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번엔 “의사들이 졌다” [신영전 칼럼] 1.

이번엔 “의사들이 졌다” [신영전 칼럼]

‘김건희 리스크’ 해결 없이 윤석열 정부는 뭘 할 수 있나? [10월4일 뉴스뷰리핑] 2.

‘김건희 리스크’ 해결 없이 윤석열 정부는 뭘 할 수 있나? [10월4일 뉴스뷰리핑]

서울 도심서 2년째 열린 시대착오적 ‘군사 퍼레이드’ [사설] 3.

서울 도심서 2년째 열린 시대착오적 ‘군사 퍼레이드’ [사설]

[사설] 이번엔 의대 휴학 승인 갈등, 감사 외에 정부 대책은 뭔가 4.

[사설] 이번엔 의대 휴학 승인 갈등, 감사 외에 정부 대책은 뭔가

[사설] 말로는 ‘국민 눈높이’ 행동은 ‘김건희 방탄’, 특검법 또 폐기한 한 대표와 여당 5.

[사설] 말로는 ‘국민 눈높이’ 행동은 ‘김건희 방탄’, 특검법 또 폐기한 한 대표와 여당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