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지난달 9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8일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올해 특활비 예산 중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반납하고, 내년에는 특활비를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특수목적경비 등으로 전환해서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첨부해 투명하게 쓰겠다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특활비 중 상당 부분이 이미 공적 목적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성격이 많아 폐지할 수 없다”며 이런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양성화 합의는 ‘거대 정당 기득권 지키기’ 성격이 강하다. 국민 여론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에게 나눠먹기식으로 할당해온 특활비를 대표적인 ‘검은 예산’으로 지목해서 폐지를 요구해왔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하지만 두 거대 정당은 미봉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참여연대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2011~13년 국회 특활비 지급내역 분석보고서’를 보면, 원내대표들이 왜 특활비 폐지를 거부하는지 알 수 있다. 이 기간에 1억5천만원 이상 특활비를 받아 간 의원은 모두 21명인데,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을 지낸 황우여 전 의원이 6억2341만원을,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맡았던 박지원 의원이 5억9110만원을 받아 썼다. 새누리당 이한구, 최경환 원내대표는 1년동안 각각 5억1632만원, 3억3814만원을 받았다.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김진표, 전병헌도 5억5853만원, 3억8175만원을 받아 갔다. 유력 정치인들이 쌈짓돈처럼 나눠 써온 것이다.
개선책으로 제시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 제출은 특활비 취지에 맞지 않는다. 특활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을 하는 데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다. 기밀을 요하기 때문에 증빙서류가 필요 없는 예산이다. 그런데 이걸 증빙서류를 붙여 양성화하겠다는 건, 사실상 판공비로 전환해 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국회는 이날 의원들의 국외출장에 대한 엄밀한 심사를 위해 국회의장 산하에 ‘국외활동심사자문위’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권익위가 피감기관의 부당한 지원을 받아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 통보한 국회의원 38명의 이름은 공개를 거부했다. 언제까지 국회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기’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 질타를 받고 있을 건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