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채용 및 정규직화 과정에서 임직원 친인척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의 ‘일자리 세습’ 논란이 공기업 전반의 정규직화 비리 의혹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108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난데다 인사처장의 아내 등이 그 안에 포함돼 공분을 자아낸 바 있다. 서울시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전임 노조위원장의 아들 특혜채용 의혹 등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6곳에서 14건의 친인척 채용, 한국국토정보공사 정규직 직원 직계가족의 정규직 전환 사례 19건 등의 의혹이 잇따르면서, 공기업 전반에 대한 조사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9일 바른미래당 등 다른 야당과 공조해 교통공사 일자리 세습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다음주에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가 먼저라며 방어막을 쳤지만,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재수·삼수를 하며 일자리를 찾는 현실에서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공기업에서 변칙으로 정규직화가 이뤄졌다는 의혹은 박탈감을 넘어, ‘내 일자리를 도둑맞았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다. 변칙적 채용과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 세습이 이뤄지는 건 반드시 규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감사원은 하루빨리 교통공사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성역 없이 파헤쳐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
정부도 공기업 전반에 정규직화 비리 의혹이 불거진 만큼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공기업의 채용과 정규직 전환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권도 의혹을 부풀리지만 말고, 국정조사 필요성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길 바란다.
다만, 고용 안정성 확대를 위한 정규직화 정책과 고용 비리는 엄밀하게 나눠봐야 한다. 임금 격차 및 차별 시정을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멈춰서는 안 된다. 올해 2월 발표된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17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 2천만6천명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32.9%(657만8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및 처우에서 차별을 받는 게 현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노력 자체를 비리의 본질처럼 오도해선 안 된다. 비리가 문제지, 정규직화 정책이 잘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