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잠겨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21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해 이듬해 7월 재단이 설립된 지 2년4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약 108억원)으로 위안부 피해자 위로사업을 하는 내용 등이 담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이번 재단 해산으로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아니다”라며 강력 반발해온 점에 비춰보면, 이번 재단 해산 조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며 정당한 국가 간 합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 인권기구에서도 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다는 점을 일본은 되새겨봐야 한다. 유엔 강제적 실종 위원회는 며칠 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고 일본의 배상도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8월에는 유엔 인종차별 철폐 위원회가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고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아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결국 위안부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받은 마음의 상처와 응어리를 풀어주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 국제기구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한국에 10억엔만 던져놓고 ‘이제 알아서 하라’며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보편적인 인권 기준을 무시하는 처사다. 진정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금이라도 마음에서 우러난 사과와 반성을 하고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정부는 이번에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57억8천만원) 처리 문제 등 후속 조처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 측면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재단 해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을 보면, 앞으로 당분간 한-일 관계는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간 얽힌 과거사를 단기적인 외교 협상으로 모두 해결하긴 어렵지만, 정부로선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일 두 나라의 시민사회 간 대화의 폭을 넓히고 국제 여론을 환기하면서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