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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성 외면하고 수익만 좇은 ‘통신 재난’ 교훈

등록 2018-11-26 18:42수정 2018-11-26 19:09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있는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있는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케이티(KT) 아현국사(아현지사) 통신구 화재가 ‘통신 대란’으로 번진 것은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케이티 내부에서조차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현국사는 ‘덜 중요한’ D등급 시설로 분류돼 백업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고로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등 5개구의 케이티 통신망이 마비됐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백업 체계가 구축돼 있었다면 시민 불편과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신구가 길이 500m 이하여서 소방법에 따라 스프링클러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을 떠나 이렇게 중요한 시설에 스프링클러도 없이 달랑 소화기 1대만 비치했다니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아현국사는 5개구를 관할하는데도 팀장급 이상 관리자가 없는 ‘폐쇄형 전화국’으로 운영돼왔으며, 화재 당시에도 현장 근무자가 경비직원을 포함해 2명뿐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번 대란은 ‘인재’였다는 얘기다.

케이티의 부실한 사고 대비책이 통신사업의 공공성은 외면한 채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된 경영 탓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케이티 새노조는 성명에서 “통신사업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게 공공성인데,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 등 ‘낙하산 경영진’이 긴급사태에 대비한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케이티는 민영화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6만8천여명이던 임직원을 2만3천여명으로 줄였다. 2013년 3조3천여억원에 이르던 설비투자도 올해는 2조3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기간산업인 통신사 경영은 공공성과 수익성에서 균형과 조화를 맞춰야 한다. 그런데도 일반 기업과 똑같이 수익성만 좇다 보니 이런 사태를 불렀다. 백업 체계 구축, 화재 대응 시설 설치, 인력 배치 등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케이티는 이번 사태를 더 큰 사고를 사전에 대비하라는 신호로 생각하고 경영 전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성 때문에 공공성을 희생시키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통신사의 네트워크 구축·운용을 업계에만 맡길 게 아니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뒤늦었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 소를 잃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관련 기사 : KT 직원, 화재 사태에 “낙하산들 오더니…터질게 터졌다”

▶ 관련 기사 : 유영민 장관 “KT, 피해 보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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