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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근본 대안 나와야

등록 2018-12-17 19:34수정 2018-12-17 19:58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김씨는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9, 10기를 비롯해 같은 위험이 있는 1~8호기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김씨는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9, 10기를 비롯해 같은 위험이 있는 1~8호기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끔찍한 희생을 당한 지 닷새 만인 16일 저녁,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이 사과문을 냈다. 사과 형식과 내용 모두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지 않고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사과문을 배포한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과 내용도 구체성이 없다 보니 무엇에 사과하는지, 재발 방지 대책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참사 뒤 한국서부발전이 보여준 태도도 진상 규명이나 재발 방지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음 지역이나 분진 지역을 점검하려면 2인1조로 출입해야 한다는 내부지침이 있는데도, 언론에는 “정상 운영 중 순찰할 경우에는 혼자 하게 돼 있다”고 거짓 해명했다. 더 심각한 거짓말은 참사 이전에 있었다. 김용균씨가 맡았던 ‘연료환경설비운전’ 직무에 ‘불법 파견’ 요소가 있다는 노무법인의 컨설팅 보고를 받았으나 “전문성과 기술력이 필요한 업무”라며 원청의 직접적 지휘·감독이 없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발전 5사 모두가 이 보고를 받고도 관련 업무를 외주화했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가 17일 장관 명의로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발표했다. 특별 관리감독과 안전점검을 통해 확인된 잘못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들에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러나 공기업들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이 점을 각별히 강조하면서, 지난 11월 국회에 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당·정·청이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험업무에 대한 도급 제한을 넘어서 이윤 추구에 매달리는 공기업의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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