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케이티(KT) 회장(앞줄 오른쪽 둘째)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케이티 아현국사를 찾아 화재사고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전국의 주요 통신시설 실태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통신재난이 벌어진 뒤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전파관리소를 통해 통신국사·통신구와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주요 통신시설 1300여곳 전체를 대상으로 벌인 현장 점검 결과, 적지 않은 허점이 드러났다. 한 예로 아현국사 말고도 8곳이나 실제보다 낮은 관리등급(A~D 네 단계)으로 분류돼 있다. 통신시설의 중요성에 맞지 않는 무신경 수준의 허술한 관리다. 화재 방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현행법상 소방시설 의무구비 대상인 500m 이상 통신구 93곳 중 16곳이 자동소화장치를, 12곳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갖추지 못했다. 정부는 등급 분류를 엉터리로 한 곳, 화재 방비를 하지 않은 시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렇게 기본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4차 산업혁명’ 구호는 허망하게 들린다.
통신시설 사고나 장애 발생에 따른 이용자 불편을 덜기 위한 사후 대처(백업) 체계에 구멍이 여럿 발견된 점도 걱정을 더하는 대목이다. 광범위한 지역에 통신대란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임에도 복수 전송로를 갖추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아현국사 사고에서 경험했듯이, 우회로를 확보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사고 발생 때 큰 혼란과 불편을 겪게 된다. 아현국사 사고 때 짐작했던 바이나, 허술함의 정도가 놀랍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태점검 결과와 함께 내놓은 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안에 약속대로 이행하기 바란다. 통신시설 점검을 강화하고 국가기반시설 통신망을 이원화·이중화하는 조처는 늦었지만 꼭 필요하다. 통신사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통신재난 발생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도 ‘초연결사회’의 통신업 특성상 필수적이다.
정부는 물론 케이티를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은 이번 실태점검 결과를 통신의 공공적 특성을 되새기는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아현국사 사고나 주요 통신시설의 허술한 대비 실태 모두 수익성을 지나치게 좇은 데서 비롯된 바 크다는 점에서다. 공공성이 높은 통신업을 영위하면서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사회적 비난을 떠나 자칫 그 수익성의 토대마저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