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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권에 인색한 현실’ 드러낸 426일의 굴뚝농성

등록 2019-01-11 18:19수정 2019-01-11 18:59

파인텍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룬 11일 오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426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굴뚝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동료와 연대하는 시민들, 취재진이 바라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파인텍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룬 11일 오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426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굴뚝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동료와 연대하는 시민들, 취재진이 바라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1일 파인텍의 홍기탁과 박준호 두 노동자가 땅으로 내려왔다. 2017년 11월12일, 75m 높이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한 지 426일 만이다.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을 다시 썼지만, 두 사람이 무사히 내려온 것은 다행스럽다. 이들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으로 최근 6일간은 곡기마저 끊은 채 추위와 싸웠다. 굴뚝 밑에선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30일 안팎의 단식농성을 했다.

파인텍 노동자들과 스타플렉스(파인텍 모기업)는 전날부터 20시간 넘게 마라톤협상을 벌여, 자회사를 통한 3년간의 고용 보장과 노동조합 활동 및 교섭권 인정 등에 합의했다. 스타플렉스 직접 고용은 성사되지 않았으나 서류상으로 최소 3년의 고용 보장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자회사가 3년 뒤에도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노사 모두 노력과 협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양쪽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합의 내용을 온전히 이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인텍 사태의 원인도 스타플렉스가 2016년 노동자들과 합의한 내용을 무력화한 데 있었다. 이번 합의문의 첫째 조항이 ‘회사의 정상적 운영 및 책임 경영을 위해 자회사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는다’로 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김세권 대표는 이번 합의가 시민사회의 간절한 바람으로 이뤄진 ‘사회적 합의’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파인텍 사태는 노동권과 노조에 대한 상당수 기업의 인식이 여전히 시대착오적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합의 내용의 절반 정도가 헌법상 노동3권 보장과 관련된 것만 봐도 그렇다. 스타플렉스는 공개석상에서 “직접 고용 여력은 있지만, 강성 노조가 들어오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안 된다”며 거리낌 없는 ‘노조 혐오’ 시각을 드러냈다. 기업의 태도 변화와 함께, 정부가 노동권 보호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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