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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등록 2019-01-29 18:28수정 2019-01-29 19:35

김복동 할머니(왼쪽)가 지난해 8월 우간다의 전쟁폭력 피해 여성인 아칸 실비아 오발에게 제1회 김복동평화상을 수여한 뒤 안아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복동 할머니(왼쪽)가 지난해 8월 우간다의 전쟁폭력 피해 여성인 아칸 실비아 오발에게 제1회 김복동평화상을 수여한 뒤 안아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제강점기 ‘위안부’ 출신 김복동(93) 할머니가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 한마디 듣지 못하고 28일 끝내 눈을 감았다. 대장암으로 투병해온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끝까지 싸워달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평생 가슴에 맺힌 한이 얼마나 깊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할머니의 소망을 이루는 건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할머니는 1941년 15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핍박을 받았다. 1992년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을 방문해 참혹했던 위안부 생활을 증언하는 용기를 냈고 평화·인권 운동가로 거듭났다.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2012년 ‘나비기금’ 설립에 참여하고, 2017년엔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복동 평화상’을 만들었다. 재일 조선인 학생들 지원에도 적극 나서, 여러 차례 장학금을 내놓았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의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을 받았고,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시의회에선 ‘용감한 여성상’을 수여했다. 2015년 5월엔 ‘국경없는 기자회’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으로 할머니를 선정했다.

할머니의 빈소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온라인엔 추모와 애도의 글이 잇따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하고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했다”고 추모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고 썼다.

김복동 할머니가 눈을 감은 28일엔 또다른 위안부 할머니 이아무개(93)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는 이백서른여덟분 중 스물세분만 남게 됐다. 더 늦기 전에 이분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는 건 여기 남아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외면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12월의 한-일 정부 간 합의로 이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당사자 동의 없는 양국 정부의 밀실 합의는 유효하지 않다는 게 국제 인권기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정중한 사죄와 배상으로 살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도리일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평화로운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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