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희생자들을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으로 매도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및 군사반란에 항거한 광주항쟁에 대한 명백한 왜곡일 뿐 아니라 희생자에 대한 용서받지 못할 모독이자 망언이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파문이 확산하자 10일 유감을 표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다. 이종명 의원은 “80년 광주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며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가 됐다”고 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색출”을 요구했다. 김진태 의원은 “5·18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했다. 국회에서 제1 야당 의원들이 어떻게 이런 망언을 늘어놓을 수 있는지, 국민 혈세를 축내는 이들이야말로 퇴출이 필요한 의원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5·18 항쟁은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온 국민에게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신한국당이 여당이던 1996년 김영삼 정부에서 전두환·노태우 등 권력 찬탈을 위해 내란 및 군사반란을 일으킨 이들을 단죄했다. 북한군 개입설은 전두환 정권조차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5·18을 북한군 소행이라 주장해온 지만원씨는 5·18 단체가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도 이미 그의 주장이 신빙성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씨를 초청해 토론회를 연 것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계산된 술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씨는 토론회에서 “북한 특수군만 온 게 아니라 서너살짜리 아기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그들을 돕는 게릴라 세력”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반복했다.
제1 야당이 극우 인사의 해괴망측한 주장에 멍석을 깔아주고, 함께 장단을 맞췄는데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다양한 모습의 하나로 봐달라”고 발언해 비난이 쇄도하자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5·18은 모두의 아픔’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오자,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유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당장 비난을 모면하려는 게 아니라면 당 차원의 공개사과와 망언 의원에 대한 출당 등 엄정한 처벌에 나서길 바란다. 마침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망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 회부는 물론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을 비호할 이유가 없다. 엄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