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전면 공개해 국민에게 심판을 받자”며 “손혜원 의원, ‘재판거래’ 서영교 의원 징계안, 곧 제출될 ‘성추행’ 김정우 의원과 ‘국민 모독’ 이수혁 의원 징계안까지 명명백백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엄정 징계 의지를 강조한 듯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 ‘망언 3인’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논의를 무력화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망언 3인의 5·18 모독 언행은 자유한국당도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당 윤리위를 열어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 역시 당 선거규정을 근거로 징계를 잠시 유예했을 뿐이라 했다. 더욱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5·18을 ‘폭동’이라고 한 이들의 망언이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 존중’을 규정한 당 강령에 위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를 거스른 중대사안으로 규정해 당 차원의 징계 절차를 진행한 망언 3인의 징계 문제를, 국회 윤리특위에 계류 중인 다른 사안과 뒤섞는 것 자체가 자기 부정일 뿐 아니라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는 그것도 모자라 윤리특위에 제출도 안 한 미래의 징계안까지 논의를 요구했다. 말로는 국민 심판을 받자고 하지만, 사실상 망언 3인 징계를 다른 사안과 뒤섞어 그 본질을 숨기려는 얕은꾀에 불과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들의 망언 직후 “다양한 해석” 운운하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아픔 줬다면 유감”이라고 밝혀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관련 분야 5년 경력을 채우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권태오·이동욱씨를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으로 다시 추천하겠다며 이날도 “청와대는 병역·탈세 범법이 없으면 그대로 임명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오전에 열린 국회 윤리특위에선 망언 3인 징계 우선 논의를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26건의 특위 계류안건을 일괄 상정하자고 버티면서 빈손으로 끝났다. ‘제 식구 감싸기’로 가뜩이나 실효성을 의심받는 국회 윤리특위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무력화 언행은 중단돼야 한다. 국민은 이미 그 본질을 알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5.2%로, 전주보다 3.7%포인트 하락했다. 5·18 망언에 대한 꼼수는 당을 더 고립시킬 뿐이라는 걸 나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