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마지막 비대위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둔 25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과거에 보였던 극단적 우경화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27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일부 후보와 당원들이 보이는 극우보수 행태가 앞으로 당의 주요한 흐름이 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퇴임의 변으로 이런 언급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자유한국당의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합리적 보수’를 내세웠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 5·18 모독 망언 등에서 보듯 자유한국당은 ‘도로 친박당’ ‘수구 보수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 7개월의 ‘합리적 보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그간의 성과로 새로운 가치정당 정립, 계파갈등 축소, 당 내부시스템 혁신, 인적 청산 등을 꼽았다. 자유한국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 잇달아 패배했던 지난해 7월에 비하면 김 위원장 체제에서 나름 안정을 찾은 건 사실이다. 당 지지율도 20%대를 회복하는 등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대체로 경제정책 혼선 등 현 정부의 잘못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크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선 가치정립, 후 인적청산’을 내세웠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 보인다. ‘탈국가주의’ 등의 담론을 제시했지만 합리적 보수로의 뚜렷한 변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5·18 망언’을 방치하다 뒤늦게 징계에 나서는 등 부적절한 행보가 두드러졌고, 경선 과정에서 황교안·김진태 후보 등이 ‘태블릿피시 조작설’을 제기했는데도 이를 그냥 방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 인적 청산 작업도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의 사퇴 파동 등으로 ‘무늬만 청산’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당이 필요로 하는 일은 뭐든 하겠다”며 이후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다. 비대위원장답지 못한 언행이다. 비대위원장은 당의 위기에 등판해 분골쇄신한 뒤 표표히 사라지는 게 보기에 좋다. 비대위원장을 발판으로 무슨 일을 도모하려 하는 건, 비대위원장 직분에 온 힘을 쏟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비대위원장직을 디딤돌 삼아 정치적 입지를 높이겠다는 생각을 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