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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 ‘레이와’ 시대 개막, 동북아 평화·협력 계기로

등록 2019-04-30 18:36수정 2019-05-02 11:21

전임 아키히토 일왕(오른쪽)이 신임 나루히토 일왕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전임 아키히토 일왕(오른쪽)이 신임 나루히토 일왕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가 1일 새 일왕에 즉위한다. 1989년부터 30년간 지속했던 ‘헤이세이’ 시대가 저물고 이제 ‘레이와’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리는 것이다. 전후 세대 첫 일왕의 즉위인 만큼, 그 의미를 살려 일본이 동북아 평화와 협력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된 일본 헌법에서 정치적 실권이 없는 국가통합의 상징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그만큼 새 왕의 취임이 일본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헤이세이 30년 동안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경제 침체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상실감’이 컸던 일본인들에게, 이번에 새롭게 시작되는 ‘레이와’ 시대에 대한 기대는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고통받았던 한국 등 주변국들에서 새 일왕의 즉위를 보는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천황제야말로 일본 제국주의의 뿌리’라는 인식이 여전한 현실에서, 이웃 나라의 경사라고 해서 마냥 축하해주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일본의 국내 정치가 크게 우경화하면서 과거 제국주의 침략을 부인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등을 무력화했고,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화,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이런 식의 ‘반성 없는’ 전후체제 종결 시도는 그 의도에 대한 주변국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부상과 미-중 패권 쟁투로 인해 격화하는 동북아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전임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기간 오키나와와 사이판 등 2차 세계대전 격전지를 직접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또 여러 차례 일본의 침략 전쟁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소망하는 발언을 하는 등 ‘평화주의자’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루히토 새 일왕도 앞으로 선왕의 뒤를 이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아베 총리의 시도에 제동을 거는 구심점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레이와 시대 개막을 계기로, 일본이 동북아의 선린관계와 평화에 기여하는 길로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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