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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압박 넘어 대화’ 필요 확인시킨 북한의 ‘무력시위’

등록 2019-05-05 18:10수정 2019-05-05 19:18

저강도 시위에 절제된 대응은 다행
강대강 대치는 한반도 긴장만 높여
대북 인도지원으로 대화 물꼬 터야
북한 김정은, 동해상 화력타격훈련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동해상 화력타격훈련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4일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발사체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저강도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북-미 협상 교착 국면의 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이번 무력시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압박 공조’를 강조한 직후에 이뤄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빅딜’ 전략을 고수하며 제재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느끼는 답답함이 무력시위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불만스럽다 해도 북한의 행동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전방위 제재와 협상 교착이 줄 압박감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무력시위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한반도 평화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번 무력시위에 동원한 발사체는 고도가 높지 않고 사거리가 짧은 것들이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지만, 북한 나름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북한의 행동에 한국과 미국 모두 자제력을 발휘한 것은 다행스럽다. 청와대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우려를 표명하면서 ‘긴장 고조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선에서 차분하게 대응했다. 한-미 외교장관들도 ‘신중히 대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절제된 반응을 내보인 것도 북-미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북-미가 강 대 강으로 나가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북-미 협상을 진척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하지만 대응을 자제한다고 해서 조성된 긴장 국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행보다. 북-미 협상 교착 상황을 풀어가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 한, 한반도 긴장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10년 사이 최악의 식량난으로 내부 결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재 압박’만 앞세우다가는 북한이 외부를 향해 더욱 강한 반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유엔 식량기구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올해 곡물 부족량은 136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기온 탓도 있지만 대북 제재로 비료나 연료, 농기계가 턱없이 부족해 발생한 인위적 재난에 가깝다. 같은 동포로서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할 상황이다. 국제사회도 바라만 보고 있어선 안 된다.

마침 이번주 중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한-미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서 대북 식량 지원을 포함해 인도적 지원에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 대북 인도 지원은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고리’ 구실도 할 수 있다. 이번 워킹그룹회의에서 제재 압박을 넘어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전향적인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북한도 이 상황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제안한 4차 남북정상회담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 일단 만나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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