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왼쪽)이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에 대한 이의제기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해 말 사립유치원 비리를 향한 온 국민의 분노 속에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1호로 우여곡절 끝에 채택된 유치원 3법은, 173일이 지난 지금까지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를 불렀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반성은커녕 그사이 전열을 가다듬고 체계적인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나같이 아이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한유총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법인 취소 결정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했다. 또다시 주체를 바꿔 가처분신청을 내거나 본안 소송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인 취소에 대한 법적 대응이야 자유지만, 우려스러운 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이들의 뻔뻔한 움직임이다. 한유총이 전국을 돌며 연쇄 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몇몇 지역에선 한유총에 반대하는 단체 결성도 훼방 놓고 있다고 한다. 사립유치원 원장 167명은 교육부의 에듀파인 의무도입 시행령이 무효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한유총과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다시 기세등등해진 데는 멈춰선 국회 탓이 크다. 유치원 원장들은 행정소송에서 ‘상위법인 유아 3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은 위법’이란 근거를 대고 있다고 한다. 실제 패스트트랙 규정상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할 기간은 열흘도 안 남았다. 처벌수위 조정 여부나 적용 시점을 1년이나 유예한 문제 등 전문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오는 25일 법사위로 그냥 넘어가게 생긴 것이다. 11월 이후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한유총의 기세라면, 지역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이용해 국회의원들을 압박할 게 분명하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모두 이념법안’이란 주장을 펴며 유치원 3법에도 ‘색깔론’을 씌우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에듀파인이 원아 200명 이상 유치원 대부분에 올해 도입되며, 곳곳에서 접속 문제 등 불편함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고치면 되지, 뒤엎을 이유가 될 순 없다. 유치원 공공성과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자유한국당과 한유총은 더이상 짓밟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