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 때 1900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일 경제전쟁, 미-중 무역분쟁 고조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터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대형 악재를 추가로 터뜨렸다. 6일에도 전날에 이어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하락세를 면치 못한 주요인이다. 일본과 분쟁 중인 한국으로선 특별히 경각심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화에 주력할 때다.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5일(현지시각)에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무역분쟁’을 ‘환율전쟁’으로 확전시켰다. 미·중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일본과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덧붙여진 악재라 곤혹스럽다. 한-일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장기화할 걸 전제로 철저한 대비에 나설 때다.
미국은 환율 조작국 지정에 이어 앞으로 1년간 환율 문제 개선을 위한 양자 협상을 벌이고, 시정되지 않으면 중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 금지 같은 조처를 시행하게 된다. 양쪽이 이 사안을 두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는 일이 다반사로 될 수 있다.
초대형 악재의 장기화·일상화가 예상되는 만큼 금융시장, 특히 외환시장의 세밀한 관리,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외환시장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필수 요건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6일 한은 간부들을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한 배경이다. 다행히 6일 원-달러 환율이 보합세를 기록했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경제 정책의 운전대를 잡은 정부 당국자들은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이 공포감으로 번지는 일을 막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이미 준비된 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안정 조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시나리오별 위기관리 대응책을 다시 가다듬고, 아울러 절제된 메시지 관리도 필요하다. 자극적인 말 한마디로 불안이 증폭될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이 바로 금융시장임을 정부 당국자들은 거듭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