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보고회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말 24살 청년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와 산업현장에 여러 질문과 숙제를 던졌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된 ‘김용균 특조위’(위원장 김지형)가 19일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는 ‘구조의 문제’를 바꾸지 않는 한, 이 숙제를 영원히 풀 수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노동의 값뿐 아니라 죽음에 매겨지는 점수마저 다르다는 현실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날 특조위는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돌아갔어야 할 인건비 중 일부가 착복된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으로 계산한 인건비 지급액에 비하면 실제 전달된 인건비는 47~8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발전 5개사 정규직 임금의 53~77%에 그치는 상황이다. 사실 여부와 함께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장 안전과 관련해 수치로 드러난 현실은 짐작은 했지만 너무 가혹하다. 특조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벌어진 발전소 관련 산업재해의 95%가 협력사에서 일어났고, 작업 관련 사고·중독 위험도 협력업체가 발전소보다 5.6~6.4배 컸다고 한다. 특히 특조위가 이런 원인에 대해 위험업무 자체보다 ‘책임의 공백상태’를 가져오는 구조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한 점은 귀 기울일 만하다. 발전사와 협력업체의 위계질서 속에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긴급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도 불가능해진다. 본사는 위탁을 줬으니 책임질 의무가 없다 하고, 협력업체는 권한이 없다고 미루는 이 ‘책임의 공백’ 속에서 위험은 오롯이 하청노동자 개인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손전등 하나에 의존해 수㎞에 달하는 연료운반설비 점검을 홀로 맡던 중 일어난 김용균씨 사고는 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심지어 발전사 내부 평가 항목에서 원청 직원과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에 대한 감점 정도도 다르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특조위의 넉달 조사과정에서 발전사들은 노동자들에게 모범 답안을 돌리는 등 조사 방해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지만, 원청이 책임을 회피·은폐하고 ‘목숨의 값’마저 따로 매기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부와 정치권은 특조위의 발표와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