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외국어고 재학 중 대학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금수저 전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후보자 부부가 어떤 형태로든 딸의 ‘스펙 쌓기’를 도왔고, 이를 토대로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분노가 시민들 사이에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나 입시부정이 아니라 할지라도 50억원대 자산가이고 대학교수이자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적 오피니언 리더였던 조 후보자가 사회적 지위와 제도적 맹점을 활용해 딸이 입시에서 승승장구하도록 했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는 다분하다. 특히 과거 상류층의 특권을 비판했던 조 후보자가 자신의 자녀에게는 상류층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외국 유학-외고-논문 저자 기재-대학-의전원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금수저 전형’의 길을 가도록 했다면 ‘내로남불’이란 비판도 받음직 하다. 조 후보자는 국민들의 엄중한 비판과 분노에 귀 기울여 책임있게 해명하고 대응해야 한다.
조 후보자가 21일 “딸의 장학금과 논문 저자 논란과 관련해 제 가족이 원하지도 않았고 불법도 없었다는 것을 내세우지 않고 국민의 질책을 받겠다”고 한 것은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한 때문일 것이다. 조 후보자는 그러나 “딸이 문제의 논문 덕분에 부정입학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못박았다. 조 후보자 딸이 외고 2학년 때인 2008년 단국대 의대 교수의 실험에 인턴으로 2주가량 참여한 뒤 논문의 제1저자로 오른 사실이 입시부정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단국대 등 관련 기관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검찰에 수사 의뢰도 이뤄진 만큼 관련 의혹들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 조 후보자 부친의 묘비까지 공개하며 가족들의 신상정보를 파헤치는 것도 지나치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적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청문회를 열어 본인 해명과 청문위원들의 조사를 토대로 국민들이 직접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의혹들이 사실과 다르고 부풀려지고 있다”는 등으로 조 후보자를 변호했다. 우리 입시 현실에서 부모로서 제도적 이점 등을 활용해 자식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면 무조건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과거 “사교육의 혜택은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상류층의 특권과 반칙을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큰 것은 조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일 수 있다. 정부 여당은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결격 사유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도덕성과 신뢰의 측면에서 상당한 흠결을 드러냈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